"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라면 먹고 갈래요?"
<봄날은 간다> 영화를 추억하면 이상하게도 가장 상반된 이미지의 두 대사가 떠오른다.
가장 순수했던 아니 오히려 순진하기까지 한 푸념 섞인 진심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묻는 상우
노련함이 묻어나는 빨갛게 농익은 진심 "라면 먹고 갈래요?" 묻는 은수
영화는 이렇게 상반된 두 남녀 주인공의 사랑을 따뜻하고 아름다운 영상 속에
무척이나 냉정하게 이야기한다.

가족에 대한 사랑 외에는 남녀의 사랑이란 걸 해본 적 없던 키만 큰 청년 상우는
이미 사랑의 결실이라는 결혼을 실패하고 돌싱이 된 은수를 만난다.
이야기는 겨울 어느 시골 기차역사 안에서 만난 둘은 자연의 소리를 채집해 틀어주는
은수의 라디오 프로그램 때문에 엔지니어인 상우와 함께 여행을 떠나면서 시작된다.
영화는 단순히 사랑의 플롯이지만 그리고 누구나 흔히 겪게 되는 연애의 과정들을 들려주지만
한 장면 한장면 흔한 이야기가 아닌 특별한 이야기처럼 아련하게 다가온다 한다.
또 치매 할머니와 상처 받은 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상우와 가족들의 짧은 사연들은
은수와의 사랑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 복선처럼 다뤄진다.
이렇듯 곳곳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작은 가지 이야기들이 자칫 단순한 멜로 영화로 여겨질 수 있었던
봄날은 간다라는 영화를 더욱더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

허진호 감독은 전작<8월의 크리스마스>를 통해 누구나 공감하고 동의할 수 있는 순수하고 가슴 아픈 이야기를 들려주었다면,
<봄날은 간다>는 따뜻한 영상미에 상반되는 현실적인 사랑이야기로 보는 사람에 따라 상우 입장에서 은수를 은수에 입장에서 상우를 떠올리게 한다.
이 영화의 대사가 차지하는 분량은 많지 않다. 실제로 <봄날의 간다>의 명장면으로 꼽히는 상우와 은수가 헤어지는 장면의 대사들은 오롯이 배우 이영애와 유지태의 애드리브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만큼 정적인 장면과 영상미가 주는 아우라로 스토리를 만들어 가기 때문에 누구에게는 지루하고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당시 이영화가 개봉됐을 때 사람들의 평가는 극과 극으로 나뉘었다.

내가 이영화를 처음 봤을 당시 난 상우였고, 시간이 지난 뒤 다시 본 영화에서 난 은수가 되어 있었다. 쉽게 말하자면 은수를 못된 년이라고 말했던 과거의 난 상우를 답답한 놈이라고 욕하는 현재의 내가 됐다는 뜻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으로 난 이영화에 ★★★★★를 줄 수 있다.
아직도 양가휘 감독의 <화양연화>와 더불어 내 인생 멜로 영화로 꼽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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